한국 전통 문화는 왜 ‘비과학적’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을까?
전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시리즈 포스팅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잘못된 인식들이 있었습니다. ‘전통 문화는 비과학적이다’라는 인식인데요, 이 문구는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요? 한옥, 장독대, 발효 음식, 공동체 생활 방식까지 한국의 전통 문화는 오랫동안 감성적이거나 비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받아 왔던거 같습니다. 문화는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 전통 문화 역시 과거의 생활 환경과 조건 속에서 형성된 선택의 결과였지만, 근대화 이후에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재단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전통 문화가 실제로 비과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기준과 시선을 통해 그렇게 인식되었는지, 전통 문화가 ‘비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과정을 정보와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근대화 과정, 서구 중심의 평가 기준, 교육의 영향이라는 관점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함께 담아, 이 인식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과학적이다’라는 말은 언제부터 익숙해졌을까?
어릴 때 어른들이 하던 말 중 “옛날 방식이라서 그래”, “과학적이지 않잖아” 라는 표현을 종종 들었습니다. 어른이 된 저도 이런 표현속에서 자라서 인지 자연스럽게 저런 말들을 사용 하고 있더라구요. 그 말은 주로 전통적인 생활 방식이나 오래된 습관을 설명할 때 사용되었고, 자연스럽게 ‘전통 =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던거 같습니다. 저 역시 학교에서 배운 과학 개념과 집에서 보던 전통 생활 방식 사이에 막연한 거리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과서 속 과학은 ‘정답’처럼 보였고, 전통은 설명되지 않는 그냥 오래된 관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아이들을 위해 신청했던 한옥 체험을 통해서 호기심이 생겨났고, 그 호기심으로 전통 문화를 하나씩 조사하며 들여다보니, 그 인식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평가 기준
전통 문화가 비과학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가장 큰 배경은 근대화 과정에서 급격히 도입된 새로운 기준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산업화와 함께 효율, 속도, 수치화가 생활 전반의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아 왔는데요, 이 기준에서 보면 자연에 적응하며 시간을 들여 관리하는 전통 방식은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과학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예전에 전통 방식으로 담근 장을 두고 “요즘 시대에 저런 방식은 비과학적이지 않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번 포스팅들을 통해 발효 원리를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문제는 방식이 아니라 그 방식을 설명하는 언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은 이처럼 언어로 설명되지 않았고, 설명되지 않은 것은 곧 비과학적인 것으로 분류되기 쉬웠던 것입니다. 과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서구의 학문 체계 속에서 정립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 중 하나입니다. 수치화, 실험실 환경, 재현 가능성은 서구 과학의 핵심 기준이었습니다. 반면 한국의 전통 문화는 생활 속 경험과 반복을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환경에 따라 조절하고, 사람의 감각과 관찰을 통해 축적된 지식은 실험실 중심의 과학 기준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쉬웠습니다. 전통 음식의 맛을 설명할 때 “눈대중으로”, “감으로”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됩니다. 예전에는 이런 말이 막연하고 비논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요리를 직접 해보면서, 이 감각이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수많은 반복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라는 점을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언어로는 정의 할 수 없지만 문득 축적된 오랜 경험이야말로 엄청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굳어진 인식
교육 과정 역시 이 인식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학교 교육에서는 근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반면, 전통 지식은 문화나 역사 영역으로 분리되어 다뤄졌습니다. 이로 인해 과학은 ‘설명 가능한 것’, 전통은 ‘의미만 있는 것’이라는 구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전통 문화 속에는 환경 대응, 재료 활용, 에너지 절약 등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요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전통 생활 이야기를 해주다 “왜 그렇게 했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예전에는 “원래 그랬어”라고 답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옥 체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제는 그 이유를 하나씩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이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논리가 있는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통 문화는 실험실에서 검증된 과학은 아니었지만, 생활 환경 속에서 충분히 검증된 방식이었습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조건에 맞게 조절해 온 결과가 하나의 문화로 축적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방식이 ‘경험 기반 지식’, ‘생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즉, 전통은 과학의 반대가 아니라, 다른 언어로 표현된 과학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 문화가 비과학적으로 보였던 이유는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속도와 효율 중심의 잣대로 보면 전통은 느리고 불편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과 삶의 조건을 기준으로 보면, 전통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였다는 것을 저처럼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전통 문화를 다시 이해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합리성을 인정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합리성이 인정될때 현대에는 과학과 문화가 잘 어울어져서 더 좋은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