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효 식품은 ‘문화’이자 ‘생활 위생 기술’, 발효 VS 부패의 차이
아이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다 보면, 어른에게는 너무 당연한 음식도 아이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김치나 된장처럼 ‘발효된 음식’은 냄새와 맛이 강해 아이 입장에서는 “이거 상한 거 아니야?”라는 질문이 나오기 쉽습니다. 저 역시 지난글에서 처럼 같은 질문을 받았고 옛날 사람들의 위생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아이에게 발효와 부패를 설명해 주었던 내용이 기억에 남아 다시 한번 정리해서 담아 보려고 합니다. 그때 ‘발효와 부패는 무엇이 다르지?’를 아이 눈높이로 설명해 주려다 보니 오히려 저 스스로 전통 식문화가 가진 위생 감각과 과학적 원리를 다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대화에서 출발해, 발효와 부패의 차이를 생활 속 예시로 설명하고, 한국의 대표 발효 식품이 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까지 알아보았습니다.
발효와 부패는 둘 다 “변하는 과정”인데, 뭐가 다를까?
어느 날 아이가 김치를 한입 먹고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렇게 묻더라고요. “엄마, 이거 냄새가 이상해. 상한 거 아니야?” 순간 저는 웃음이 나면서도,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치는 익을수록 신맛이 강해지고, 된장도 처음 맡으면 구수하다기보다 낯선 냄새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때 아이에게 “이건 상한 게 아니라 발효된 거야”라고 말했는데, 아이 표정을 보니 그 한마디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결국 저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발효’와 ‘부패’의 차이를 하나씩 풀어 설명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먼저 설명한 건, 발효든 부패든 “음식이 변하는 과정”이라는 공통점이었습니다.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변하고, 그 변화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들(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점도요. 다만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울 수 있으니 이렇게 말해 줬습니다. “음식을 바꾸는 작은 친구들이 있는데, 어떤 친구들은 음식을 맛있게 바꿔 주고, 어떤 친구들은 배 아프게 만드는 쪽으로 바꿔.” 그 다음에 차이를 아주 단순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발효는 좋은 친구들이 음식의 맛과 향을 더 좋게 만들고, 오래 보관되게 도와주는 좋은 변화 이고, 부패는 나쁜 친구들이 음식 속에서 늘어나 음식이 상하고, 먹으면 몸에 해로울 수 있는 나쁜 변화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좋은 변화’와 ‘나쁜 변화’라는 말이 가장 빠르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럼 김치는 좋은 변화야?”라고 다시 묻길래, 저는 “응, 김치는 좋은 미생물이 김치를 맛있게 만들어 주는 거야”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아이가 조금 안심하는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설명이 방향을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 왜 김치나 된장은 안전할까?
아이에게 다음으로 설명해야 했던 건 “왜 안전한지”였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변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하니까요.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효 음식에는 나쁜 친구들이 못 자라게 막아주는 장치가 있어.” 라고 설명해 주면서, 그 ‘장치’는 사실 과학적으로 보면 염도(소금), 산도(신맛), 온도, 시간, 그리고 위생 관리인데, 아이에게는 용어가 어려워 아래처럼 생활 예시로 바꿔서 소금의 역할은 나쁜 미생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힘들게 만들어서 못 자라게 해주고, 신맛(산)은 좋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맛인데 나쁜 미생물이 싫어하는 환경이라 나쁜 미생물이 살 수 없게 해 준단다. 좋은 미생물이 자리 잡을 "시간"을 주면 음식이 더 안정적으로 변하게 되고, 깨끗하게 담고 상태를 확인하면서 "관리"를 하면 안전하게 유지가 되지. 라고 조금더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김치는 왜 시어질수록 상한 게 아니라 더 ‘익은’ 거라고 말할까?”를 예로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달고 부드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맛이 생기잖아? 그 신맛이 바로 좋은 미생물이 만든 거라서, 오히려 나쁜 친구들이 못 자라게 도와줘.” 이렇게 말해주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그때 저는 ‘아, 아이는 원리보다도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아이에게 설명하면서, 저도 함께 정리하게 된 것이 “그럼 우리는 어떻게 구분하느냐”였습니다. 사실 어른도 헷갈릴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함께 알려주었습니다. 원래 그런 음식인가? : 김치·된장·요거트처럼 원래 발효를 전제로 만든 음식인지 확인하기, 냄새의 성격 : 발효는 특유의 신맛·구수함이 있지만, 부패는 불쾌하고 날카로운 악취가 강해질 수 있으니 악취 나는 음식은 주의 할것. 겉모습 : 표면이 비정상적으로 끈적이거나, 색이 이상하게 변하거나, 곰팡이가 번지는 양상이 낯설면 주의, 보관 상태 : 온도·용기·개봉 여부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지므로, 보관 조건을 함께 점검할 것! 단, 곰팡이 여부처럼 식품 종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의심될 때는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라고 정리해서 적은 종이를 눈에 잘 보이는 냉장고에 아예 부착했습니다. 그날 아이가 “그러면 김치 냄새가 싫어도 상한 건 아닐 수도 있는 거네?”라고 말하길래, 저는 “맞아. 다만 ‘원래 발효 음식’일 때, 그리고 잘 보관했을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그럼 우유는?”이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우유는 원래 발효시키는 음식이 아니고, 상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이 질문들이 이어지는 걸 보면서 아이에게 ‘구분 기준’을 알려주는 게 단순히 지식을 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국 발효 식품은 ‘문화’이자 ‘생활 위생 기술’
아이에게 설명을 마치고 나서,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효 음식은 단지 ‘전통적인 맛’이 아니라,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에 식재료를 안전하게 오래 먹기 위한 생활 기술이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식품이 쉽게 변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그 환경 속에서 소금, 건조, 발효는 가장 현실적인 위생 관리 방식이었습니다. 김장, 장 담그기 같은 문화는 음식 준비를 넘어 가족과 공동체의 생존 리듬을 만드는 생활 시스템이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상한 거 아니야?”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음식과 위생에 대한 아주 본능적인 확인이었습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하면서 발효와 부패를 구분하는 기준을 다시 정리했고, 전통 식문화가 가진 합리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발효는 ‘상한 것’이 아니라, 좋은 미생물이 자리 잡도록 환경을 만들어 음식을 안전하고 맛있게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대표 발효 식품들은 그 과정을 생활 속에서 반복하며 축적한 결과로, 문화이자 위생 기술이었습니다. 전통은 때로 낯설게 느껴지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알아보다 보니 저도 그 안의 원리가 더 명확하게 구분 되는거 같은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