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옛사람들은 정말 위생 개념이 부족했을까?
“옛날 사람들은 위생 개념이 부족했다”는 말은 전통 생활 문화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재래식 화장실, 흙바닥, 공동 우물 같은 이미지 때문에 전통 사회는 비위생적이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옛사람들은 위생에 무관심했던 걸까요? 위생이라는 개념은 절대적인 기준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정의가 달라져 왔습니다. 오늘날의 위생 기준으로 과거를 평가하면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 사회에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거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전통 사회의 위생 관념을 현대 위생 기준과 단순 비교하기보다, 당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위생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했는지, 전통 위생 관념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를 살펴보는 정보형 문화 콘텐츠의 관점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인 생활 경험을 함께 담아 이 인식이 왜 생겨났는지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위생적이다’라는 이미지는 어디서 왔을까?
저는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자라서 어릴 때 잠시 재래식 화장실을 경험했습니다. 냄새가 나고, 개인적으로 왠지 무섭기도 하고 구조도 낯설어서 시골출신인데도 재래식 화장실 가는걸 꺼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저도 이러한데 도시에서 자란 친척들이라도 방문을 하면 화장실 이용할때 불편하고 위생적이지 않게 느껴졌을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왠지 자연스럽게 “옛날 사람들은 위생을 잘 몰랐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현재, 포스팅을 기회로 전통 생활 방식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그 인식이 현대적인 기준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오해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생의 근본적인 목적은 ‘깨끗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 사회의 위생 개념은 ‘관리’에 가까웠다
에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는 현대 생활에서의 위생은, 보다 더 철저한 소독, 살균, 밀폐를 중심으로 합니다. 반면 전통 사회의 위생 관념은 완전한 차단보다는 자연 순환 속에서의 관리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생활 공간과 오염 공간은 명확히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부엌, 화장실, 장독대, 우물은 각각 다른 위치에 배치되었고, 이는 오염이 생활 공간으로 직접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서 “이 물은 먹는 물, 저 물은 쓰는 물”이라고 구분해서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번거롭다고 느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명확한 위생 관리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유레카!) 재래식 화장실은 현대식 수세식 화장실과 비교하면 당연히 불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 화장실은 분뇨를 빠르게 처리하고 생활 공간과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화장실을 집에서 떨어진 위치에 두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만든 구조는 악취와 병원균의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분뇨는 농사에 재활용되며 자연 순환 구조 안에서 관리되었습니다. 처음 재래식 화장실을 본 아이들은 불결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오래 머무르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위생 관리 측면의 의도가 분명했습니다. 오히려 요즘 화장실의 실내에 밀폐된 공간보다 환기가 잘 되는 구조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과 음식에서 드러나는 위생 감각
전통 사회에서 물은 가장 중요한 위생 요소였습니다. 우물은 마을의 중심에 있지만 아무 곳에나 파지 않았고, 오염 가능성이 낮은 위치를 신중하게 선택했습니다. 음식에서도 위생 관념은 분명히 드러납니다. 발효 음식은 단순한 저장 방식이 아니라,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고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소금, 건조, 발효는 당시 가장 효과적인 위생 기술이었습니다. 아이에게 김치나 장류를 먹일 때 “발효 음식은 상한 거 아니야?”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며 발효와 부패의 차이를 설명하다 보니, 옛사람들이 음식 위생을 경험적으로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통 사회의 위생 관념이 현대 기준에서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세균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부족했고, 전염병을 완전히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개념이 없었다’가 아니라 ‘조건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전통 사회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위생 관리 방식을 선택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옛사람들이 위생 개념이 부족했다는 인식은 현대 기준을 그대로 과거에 적용한 결과입니다. 전통 사회의 위생 관념은 자연과 분리하기보다 자연 속에서 오염을 관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전통 위생을 다시 바라본다는 것은 위생이라는 개념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이해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살게 될 우리 자녀들도 과거가 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서도 위생에 대한 의문점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