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음식에는 왜 발효 식품이 많았을까?
저는 김치를 참 좋아합니다. 한국인들이 흔히 맛있는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 한그릇 뚝딱 먹는다는 표현도 있는데요. 이처럼 한국의 식탁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발효 식품이 함께 떠오릅니다. 한국 전통 음식에는 왜 유독 발효 식품이 많을까요? 지난 글을 통해서 발효 식품에 또 호기심이 발생한 저는 발효의 기본 원리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 발효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문화적 배경을 생활 경험과 과학적 관점을 통해 자세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 전통 문화는 감각적인 이야기로만 설명되기보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과 생존 방식 속에서 형성된 현실적인 선택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통 음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발효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음식을 오래, 안전하게, 그리고 맛있게 먹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고, 그 선택이 하나의 식문화로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발효 식품들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고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도 함께 담아 보았습니다.
어릴 때 집에서 밥을 먹다 보면 된장국, 김치, 장아찌가 식탁에 오르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늘 함께 있기도 했고 어린 시절에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어서 그 음식들이 모두 ‘발효 식품’이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식단에 더 신경 쓰게 되고, 음식의 재료와 조리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한국 음식에는 이렇게 발효된 음식이 많을까?” 이런 호기심이 생기다 보니 발효는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 방식과 깊이 연결된 문화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발효란 무엇일까?
발효는 미생물(주로 세균·곰팡이·효모)이 식품 속 영양분을 분해하거나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맛과 향, 보존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동시에 ‘더 먹기 좋은 상태’로 변화시키는 자연적인 작용입니다. 발효의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존성 향상 : 유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해 오래 보관 가능하고, 맛과 향의 변화 : 감칠맛과 깊은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 소화 흡수 개선 : 영양 성분이 몸 속에 더 잘 흡수되도록 분해하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냉장·냉동 기술이 없던 시대에는 발효가 식량을 관리하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같은 재료로 겉절이 김치와 오래 숙성된 김치를 동시에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겉절이는 신선했지만 빨리 질렸고, 숙성된 김치는 처음에는 강한 향이 부담스러웠다가 점점 깊은 맛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때 “발효는 단순히 오래 둔 상태가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낸 또 다른 음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발효 식품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이번 포스팅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던 중 한국 전통 음식에 발효가 많은 이유는 우연이 아니라 환경과 생활 조건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한국의 생활과 미리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1)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 한국은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춥고 건조합니다. 이러한 기후는 식품을 그대로 보관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환경이었습니다. 발효는 계절 변화에 적응하며 식재료를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었습니다. 2) 농경 중심의 식생활 : 수확 철과 비수확 철의 격차가 큰 농경 사회에서는 한 번에 얻은 식재료를 오래 나누어 먹는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콩, 배추, 고추 같은 재료는 발효를 통해 저장성과 활용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었습니다. 3) 공동체 중심의 생활 구조 : 장을 담그고 김치를 담그는 일은 한 사람의 작업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일이었습니다. 발효 음식은 개인의 식량이자, 공동체의 생활 리듬을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김장철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 함께 힘을 모아도 김장은 겨울철을 대표하는 힘든 노동이었지만 “이걸로 겨울을 난다”는 말처럼 발효 음식이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생활의 기반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있었던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 자체가 발효 문화를 이어가는 하나의 교육의 장이었습니.다
한국 대표 발효 식품과 그 원리
1) 된장·간장·고추장 (장류) : 콩을 주재료로 한 장류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발효를 통해 더 소화하기 쉽게 만든 음식입니다. 메주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면서 깊은 감칠맛이 형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금은 부패 미생물을 억제하고 발효 미생물만 안정적으로 활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2) 김치 : 김치는 채소 발효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배추와 무에 서식하는 유산균이 저온 환경에서도 천천히 활동하며 산미와 보존성을 만들어냅니다. 이 덕분에 김치는 겨울철에도 안정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 되었습니다. 3) 젓갈 : 젓갈은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단백질을 분해·숙성시킨 발효 식품입니다. 강한 염분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이 풍미를 만들어내며, 장류나 김치의 발효를 돕는 재료로도 활용됩니다. 처음에는 젓갈 냄새가 부담스러워 잘 먹지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개인 취향인지라 지금도 젓갈 종류의 음식은 선호하지는 않지만 요리에 취향껏 조금씩 사용해 보니, 발효된 재료가 전체 맛의 균형을 잡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왜 이 재료가 필요한지”를 맛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발효 음식은 빠른 결과를 내지 않습니다. 시간을 들여 기다리고, 중간중간 상태를 살피며, 환경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한국 전통 생활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자연의 속도를 억지로 앞당기기보다, 흐름을 받아들이며 관리하는 태도. 이것이 발효가 한국 음식 문화의 중심이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한국 전통 음식에 발효 식품이 많은 이유는 맛이나 건강이라는 한 가지 이유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그 안에는 기후, 환경, 공동체, 생활 방식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발효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이 반복되며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 결과였습니다. 오늘날에는 기술 덕분에 냉장고를 통해서 음식을 빠르고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지만 발효가 가진 원리와 태도는 자연의 변화를 이해하고, 시간을 들여 기다리며, 환경을 활용하는 방식은 여전히 우리나라 생활 문화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다음에 이어질 글에서는 이러한 발효 문화가 한국인의 식생활과 공동체 의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